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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음악

미확인 모테트 Ich lasse dich nicht (BWV Anh. 159)의 정체와 진위: 문헌 증거, 양식 분석, 그리고 해석적 함의

by 박기자가 5분전에 작성한 글입니다. 2025. 10. 13.

이 글은 모테트 Ich lasse dich nicht, du segnest mich denn (BWV Anh. 159)의 저자 귀속 문제를 중심으로, 기존 문헌 증거, 필사본 사료, 양식 분석, 그리고 해석적 관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특히 Daniel R. Melamed 등의 주장을 중심으로 최근 연구 성과를 반영하며, 이 작품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초기 작품일 가능성과 반대로 바흐 계열 다른 작곡자의 저작일 가능성을 균형 있게 다룬다. 끝으로, 이 사례가 바흐 모테트 전승 연구 및 저자 귀속 연구 일반에 주는 함의를 논의한다.

Ich lasse dich nicht (BWV Anh. 159)

1. 서론

Ich lasse dich nicht 모테트는 바흐 작품 목록(BWV) 중 부록(Anhang)에 속해 있으며, 그 진위가 학계에서 오랫동안 논쟁 대상이 되어 왔다. 이 작품은 8성(double chorus) 구성과 복합적 텍스트 구성을 특징으로 하며, 일부 사본은 바흐의 필체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바흐의 사촌인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Johann Christoph Bach)에게 귀속된 전통도 존재한다.

이 모테트는 바흐 작품 연구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대다수 바흐 모테트가 라이프치히 시기(1723-1750)에 작곡된 것으로 알려진 반면, Ich lasse dich nicht는 만약 바흐의 작품이라면 그의 초기 시절, 즉 바이마르 이전 시기(1712-1713년경)에 작곡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는 젊은 바흐의 종교음악 양식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이 연구의 목적은 가용한 문헌적 증거와 음악적 분석을 통해 이 모테트의 저자 귀속 가능성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독립적인 판단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다. 또한, 저자 귀속 문제 자체가 음악 해석, 편집, 연주 전통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음악학 연구에서 저자 귀속이 단순한 명명의 문제를 넘어, 작품의 역사적 맥락, 미학적 가치, 그리고 문화적 의미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 작품 개관 및 전승 경로

2.1 작품 형식 및 텍스트 구성

Ich lasse dich nicht는 두 악장 구조로 전승되며, 제1악장은 8성 합창(SATB / SATB)으로 구성되고, 제2악장은 4성 코랄 화성화(harmonisation)이다. 전승 자료에 따르면 제1악장은 무반주(a cappella)로 다중 합창 구조를 지니며, 두 합창단이 대위법적으로 대화하고 융합되는 복잡한 짜임새를 보여준다. 이러한 이중 합창 구조는 베네치아 악파의 영향을 받은 북독일 모테트 전통의 특징이기도 하다.

텍스트는 성경 창세기 32장 27절("Ich lasse dich nicht, du segnest mich denn" - "당신이 나를 축복하지 않으시면 나는 당신을 놓아드리지 않겠습니다")과 루터교 찬송가 Warum betrübst du dich, mein Herz의 제3절을 결합한 형태이다. 창세기 구절은 야곱이 밤새 천사와 씨름하며 축복을 간구하는 장면에서 유래하며, 신앙적 끈기와 하나님께 대한 집요한 신뢰를 상징한다. 찬송가 텍스트는 이러한 성경적 메시지를 개인적 신앙 고백으로 확장하며, 환난 속에서도 하나님을 의지하는 신자의 태도를 노래한다.

이와 같은 성경 구절과 찬송가의 병치 방식은 바흐 이전 세대 모테트 전통, 특히 하인리히 쉬츠(Heinrich Schütz)나 북독일 작곡가들의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양식적 특징이다. 이는 루터교 음악 신학의 핵심 원리, 즉 성서의 말씀과 회중의 찬송을 통합하여 예배 공동체의 신앙을 표현한다는 이념을 음악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따라서 이 모테트의 구조 자체가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 초 독일 개신교 음악 전통의 맥락 안에 위치함을 알 수 있다.

2.2 전승 사본 및 출판 역사

이 모테트의 초기 필사본들은 바흐 계열의 자료집인 Altbachisches Archiv(ABA, 옛 바흐가 문서고) 등에 일부 포함되어 있다. ABA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수집하고 보존한 바흐 가문 선배 작곡가들의 작품 모음집으로, 그의 조상과 친척들의 음악적 유산을 담고 있다. 이 문서고에 Ich lasse dich nicht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작품과 바흐 가문의 연관성을 시사한다.

멜라메드는 이 모테트의 제1악장 일부가 바흐의 손글씨로 필사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1988년 논문 "The Authorship of the Motet Ich lasse dich nicht (BWV Anh. 159)"에서 필사본의 필체, 악보 기보법, 그리고 종이와 잉크의 특성을 분석하며 바흐 본인의 필체와의 유사성을 지적했다. 특히 특정 음표의 획 처리, 악보 꼴의 장식적 요소, 음표 연결부의 스타일 등이 바흐의 다른 친필 악보와 일치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 필사본이 완전한 형태로 전해지지는 않으며, 여러 사본 간의 차이, 수정 흔적, 미완성 부분 등이 존재한다. 일부 사본은 제1악장만을 포함하고, 다른 사본은 제2악장 코랄까지 포함하는 등 전승 양상이 일관되지 않다. 또한 사본들 사이에는 음높이, 리듬, 텍스트 언더레이(text underlay) 등에서 미묘한 차이가 발견되며, 이는 복사 과정에서의 오류나 의도적 수정 가능성을 시사한다.

출판 역사 측면에서, 1802년 라이프치히 출판사 브라이트코프 & 헤르텔(Breitkopf & Härtel)이 바흐의 모테트 모음집을 최초로 인쇄할 당시 이 모테트를 포함시켰다. 이는 당시 출판사와 편집자들이 이 작품을 바흐의 진작(真作)으로 간주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후 19세기 중반에는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에게 귀속하는 판본도 유포되었다. 특히 1823년 판본에서는 이 작품을 요한 크리스토프의 작품으로 표기한 사례가 있으며, 이는 저자 귀속에 대한 혼란이 이미 19세기 초부터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바흐 작품 전집(Bach-Gesellschaft Ausgabe, 1851-1899)에서는 이 작품을 실었지만 진위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했고, 20세기 후반에 시작된 신판(Neue Bach-Ausgabe)에서는 부록(Anhang) 범주로 취급하며 정식 바흐 작품 목록으로 완전히 편입되지는 않았다. 이러한 편집 역사는 학계가 이 모테트의 진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유보적 태도를 취해왔음을 반영한다.

3. 진위 논쟁의 역사적 흐름

3.1 초기 귀속과 전통

이 모테트는 원래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작품으로 귀속되어 왔으나, 19세기 이후 일부 자료에서는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1642-1703)의 작품으로 취급되기도 했다. 요한 크리스토프는 요한 제바스티안의 아버지 요한 암브로시우스의 형으로, 아이제나흐에서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했으며 뛰어난 작곡가로 인정받았다. 요한 제바스티안 자신도 요한 크리스토프를 "심오한 작곡가"(profunder Componist)로 평가했다고 전해진다.

필립 스피타(Philipp Spitta)의 초기 바흐 전기(1873-1880)에서는 요한 크리스토프 쪽에 치우친 견해를 제시했으나, 후속 판에서는 저자 귀속의 불확실성을 인정하며 표현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스피타는 당시 가용한 사료를 검토한 결과 이 작품의 양식이 요한 크리스토프의 다른 작품들과 유사성을 보인다고 판단했으나, 결정적 증거가 부족함을 인정했다.

프란츠 뷜너(Franz Wüllner)가 편집한 바흐 모테트 판본에서는 이 작품을 "아마도 바흐의 작품이 아님"(not authentic)으로 간주하면서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를 저자로 제시한 바 있다. 뷜너의 판단은 주로 양식적 고려에 기반했으며, 특히 이 모테트의 대위법적 처리와 화성 어법이 요한 제바스티안의 성숙기 작품들과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이후 바흐 작품 전집의 판본 편집자들은 일관되게 이 작품을 신중히 다루었으며, 저자 귀속에 관한 보류 태도를 유지했다. 이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에 걸쳐 음악학이 점차 실증주의적 방법론을 채택하면서, 추정이나 전통보다는 확실한 문헌적 증거를 요구하게 된 학문적 풍토를 반영한다.

3.2 현대 음악학자들의 재검토

1988년, 음악학자 Daniel R. Melamed는 "The Authorship of the Motet Ich lasse dich nicht (BWV Anh. 159)" 논문을 통해, 이 모테트의 제1악장 중 일부가 바흐의 필체로 쓰였을 가능성과 작품의 음악적 양식이 젊은 바흐의 초기 작풍과 부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멜라메드는 필사본 연구의 새로운 방법론을 적용하여, 종이의 워터마크(watermark), 필기구의 특성, 기보 습관 등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그는 동시에 사본 간 차이와 전승상의 불확실성도 상세히 지적하며, 고정적 결론을 내리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주장을 병기했다. 멜라메드의 연구는 이 모테트가 바흐의 작품일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이를 확정적으로 입증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학계에 신중한 재검토를 촉구하는 역할을 했다.

이후 여러 학자들이 멜라메드의 주장을 계승하거나 반론을 내놓았으며, 일부는 디지털 필체 분석, 잉크 및 종이 재료 분석 등 과학적 접근법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결정적 결론에 이른 사례는 드물다. 이는 저자 귀속 문제가 단순히 한 가지 증거로 해결될 수 없으며, 문헌학적, 양식적, 과학적 분석이 종합적으로 수렴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4. 문헌적 증거와 필사본 분석

4.1 필체 분석 및 사본 비교

멜라메드는 Ich lasse dich nicht의 일부 필사본이 바흐의 필체로 식별 가능한 특징을 지닌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특정 음표의 획 처리, 악보 꼴의 장식적 요소, 음표 연결부의 스타일 등이 바흐의 다른 친필 악보와 유사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특히 8분음표와 16분음표의 꼬리 처리 방식, 샤프와 플랫 기호의 위치와 각도, 텍스트 서체의 특성 등이 바흐의 필체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필체 유사성은 동일 시대 다른 작곡가나 필사자 양식과의 중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8세기 초 독일에서는 음악 필사가 일종의 표준화된 관행이었으며, 같은 지역이나 같은 음악 전통에 속한 필사자들은 유사한 기보 습관을 공유했다. 따라서 필체의 유사성만으로 저자를 확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필사본 복사 및 수정 과정에서의 변화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 악보 필사는 단순한 복사가 아니라 해석과 수정이 개입되는 과정이었다. 필사자는 원본의 오류를 바로잡거나, 자신의 음악적 판단에 따라 세부사항을 변경하거나, 연주 상황에 맞게 편곡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현존하는 필사본이 작곡가의 자필 원고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가정할 수 없다.

사본들 사이에는 차이점이 존재하며, 일부 부분에 수정 흔적이나 비일관성이 보인다. 이는 복사본 간 전승 과정에서의 오류 개입 가능성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본은 특정 성부의 음높이가 다르게 표기되어 있고, 다른 사본은 리듬 패턴이 변형되어 있다. 이러한 변이는 필사본 전승학(textual criticism)의 관점에서 중요한 단서가 되며, 원본에 더 가까운 사본을 식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4.2 연대 추정 및 재료 분석

바흐가 이 모테트를 작곡했을 시점으로 추정되는 연대는 약 1712년 혹은 1713년 이전이다. 멜라메드는 제1악장 일부 필사본이 이 시점에 작성된 것일 가능성을 제안한다. 이 시기는 바흐가 바이마르 궁정에 취직하기 직전으로, 아르른슈타트와 뮐하우젠에서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던 청년기에 해당한다.

종이 재료, 잉크의 화학 조성, 물리적 상태 분석 등을 통해 사본의 제작 시기를 보정하려는 시도도 가능하다. 18세기 유럽의 종이는 특정 제지소에서 생산되었으며, 각 제지소는 고유한 워터마크를 사용했다. 이 워터마크를 분석하면 종이의 생산 시기와 지역을 추정할 수 있다. 또한 잉크의 화학 성분 분석을 통해 제작 연대를 추정하는 방법도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이 모테트의 사본에 대하여 그런 종류의 정밀 분석이 널리 보고된 바는 많지 않다. 이는 부분적으로 사본의 물리적 접근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며, 또한 이러한 과학적 분석이 상당한 비용과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향후 비파괴 분석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이러한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필사본이 여러 세대에 걸쳐 복사된 것이라면, 후대 보정이나 변형 가능성도 항상 열려 있다. 18세기와 19세기를 거치며 바흐의 작품들은 수많은 필사본으로 복사되었고, 각 복사 과정에서 미묘한 변화들이 축적되었다. 따라서 현존하는 필사본을 분석할 때는 전승의 계보(stemma)를 재구성하고, 원본에 가장 가까운 사본을 식별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5. 음악 양식 및 작풍 분석

5.1 조화 및 대위법 구조

Ich lasse dich nicht는 8성 합창 구조를 지니며, 대위법적 모방과 화성 진행이 복합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제1악장은 두 개의 4성 합창단이 서로 대화하고 응답하는 구조로, 베네치아 악파의 다중 합창(cori spezzati)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각 합창단은 독립적인 대위법적 짜임새를 유지하면서도, 두 합창단이 결합될 때는 8성의 풍부한 화성을 형성한다.

이 작품에서 나타나는 화성 전환, 반복적 모티프, 수직 화음 구성 등의 요소를 바흐의 초기 모테트나 합창 작품과 비교해 보면 유사점과 차이점이 관찰된다. 예를 들어, 특정 카덴스 진행 방식이나 불협화음의 해결 패턴은 바흐의 다른 초기 작품들에서도 발견되는 특징이다. 또한 모티프의 반복과 변형을 통한 통일성 확보 방식도 바흐의 작곡 기법과 일치한다.

일부 학자들은 이 작품의 음형 배열, 모방 진입 방식, 종지 선율 처리 등이 젊은 바흐에게서 볼 수 있는 특징과 일치한다고 본다. 특히 모방 기법의 사용 빈도와 방식, 선율선의 윤곽과 도약 패턴, 리듬의 활력과 추진력 등이 바흐의 초기 양식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만약 이 모테트가 정말 1712-1713년경에 작곡되었다면, 이는 바흐가 이미 젊은 시절에 복잡한 다성 음악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증거가 될 것이다.

반면, 일부 지적자들은 특정 부분의 화성 전개나 진행 방식이 바흐 후기 양식의 엄격함과는 거리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는 저자 귀속에 의문을 제기하는 근거가 된다. 예를 들어, 일부 병진행이나 성부 교차가 바흐의 성숙기 작품에서는 피했을 방식으로 처리되어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전체적인 형식 구성이 바흐의 다른 모테트들에 비해 덜 유기적이고 단편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5.2 비교 대상: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 및 기타 바흐 계열 작곡가

저자 귀속을 판단할 경우,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의 작풍과의 비교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요한 크리스토프의 현존하는 작품들, 특히 다성 모테트나 코랄 편곡을 분석하면, 그의 작곡 양식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일반적으로 17세기 후반의 독일 전통을 반영하며, 엄격한 대위법과 풍부한 화성을 결합한 특징을 보인다.

크리스토프 바흐 또는 다른 바흐 계열 작곡가들의 모테트나 합창 작품에서 발견되는 대위법 패턴, 모티프 처리 방식, 음형 전개법 등을 Ich lasse dich nicht과 대조할 때 유사점이 발견되면 귀속 가능성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요한 크리스토프의 모테트 "Ich lasse dich nicht"(다른 버전)이나 "Es erhub sich ein Streit" 같은 작품들은 유사한 다중 합창 구조와 성경 텍스트 처리 방식을 보여준다.

그러나 현재 알려진 요한 크리스토프의 작품 자료는 많지 않기 때문에 비교 자료가 제한적이며, 이로 인해 귀속 판단의 확정성을 약화시키는 요소가 된다. 그의 많은 작품들이 소실되었거나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존하는 소수의 작품만으로 그의 전체 작곡 양식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또한 바흐 가문의 다른 작곡가들, 예를 들어 요한 미하엘 바흐(Johann Michael Bach)나 요한 베른하르트 바흐(Johann Bernhard Bach) 등의 작품과도 비교가 필요하다. 바흐 가문은 여러 세대에 걸쳐 작곡가와 음악가를 배출했으며, 그들 사이에는 공유된 음악적 전통과 양식적 특징이 존재했다. 따라서 단순히 "바흐 스타일"이라고 말할 때, 그것이 특정 개인의 양식인지 아니면 가문 전체의 공통 특징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 및 기타 바흐 계열 작곡가

6. 해석적 쟁점과 함의

6.1 바흐 저작일 경우의 해석

만약 Ich lasse dich nicht가 바흐의 작품이라면, 이는 그의 초기 시기의 종교적 표현과 모테트 양식 실험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이 작품은 바흐가 20대 후반에 이미 복잡한 다성 음악과 대규모 합창 구성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었음을 입증할 것이다. 또한 그가 성경 텍스트와 찬송가를 결합하는 루터교적 모테트 전통을 젊은 시절부터 실천했음을 보여준다.

예컨대, 그는 성경 구절과 찬송가 텍스트를 결합함으로써 전통적 모테트 양식과 루터교적 메시지의 통합을 시도했을 수 있다.

창세기 32장의 야곱과 천사의 씨름 이야기는 신앙적 끈기와 하나님께 대한 집요한 구원 간구를 상징한다. 이 텍스트를 선택한 것 자체가 작곡가의 신학적 이해와 개인적 신앙 여정을 반영할 수 있다. 만약 바흐가 이 작품을 작곡했다면, 이는 그가 젊은 시절부터 성서적 내러티브를 음악적으로 해석하고 회중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 작품은 바흐가 합창 및 종교 음악 구성에서 이미 복합적 텍스트 처리 능력을 보여주었음을 시사할 것이다. 8성 다중 합창은 기술적으로 매우 도전적인 형식으로, 각 성부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인 화성적 통일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작곡 기법은 후날 바흐의 대규모 칸타타와 수난곡에서 절정에 이르게 되는데, Ich lasse dich nicht가 그 출발점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다.

나아가 이 작품이 바흐의 것이라면, 그의 초기 음악관과 작곡 교육의 성격에 대해서도 새로운 통찰을 얻을 수 있다. 바흐는 독학과 선배 작곡가들의 작품 필사를 통해 작곡을 배웠다고 알려져 있는데, Ich lasse dich nicht의 양식은 북독일 모테트 전통, 특히 디트리히 북스테후데(Dietrich Buxtehude)나 하인리히 쉬츠의 영향을 보여줄 수 있다. 이는 젊은 바흐의 음악적 형성 과정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6.2 바흐 외 작곡자 귀속일 경우의 함의

반대로 이 모테트가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 또는 다른 동시대 작곡가의 작품이라면, 왜 이 작품이 바흐 작품 목록에 포함되었는지, 그리고 전승 과정에서 바흐 이름이 부가된 경로에 대해서도 탐구해야 한다. 18세기와 19세기의 필사본 유통과 보존 관행을 고려하면, 유명한 작곡가의 이름이 잘못 부가되거나 혼동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이 경우, 이 모테트는 17~18세기 독일 모테트 전승 및 복사 관행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사례가 될 수 있다. 바흐가 Altbachisches Archiv에 가문의 선배 작곡가들의 작품을 수집하고 보존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만약 Ich lasse dich nicht가 요한 크리스토프의 작품이라면, 바흐가 이를 필사하고 보존한 것은 가문의 음악적 유산에 대한 존중과 학습의 일환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필사 과정에서 저자 표시가 누락되거나 모호해지면서, 후대에 요한 제바스티안의 작품으로 오인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저자 귀속이 불확실한 작품이지만 바흐 전승 범주에 포함되는 경향이 얼마나 넓은가를 성찰하게 한다. 바흐의 명성이 19세기 바흐 부흥 운동 이후 급속히 성장하면서, 그의 이름은 일종의 "브랜드"가 되었다. 출판사와 연주자들은 "바흐의 작품"이라는 표시가 상업적, 예술적 가치를 높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이는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잘못된 귀속을 촉진하는 요인이 되었을 수 있다.

이 모테트가 바흐의 작품이 아니라면, 그것은 바흐 연구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바흐 가문과 그 시대 독일 음악 전통의 풍부함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나 다른 바흐 가문 작곡가들의 작품이 높은 수준의 예술적 성취를 보였음을 인정하는 것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를 고립된 천재가 아닌 풍부한 음악적 전통의 계승자이자 완성자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6.3 저자 귀속 논쟁이 음악학 및 연주 실천에 미치는 영향

저자 귀속 여부는 편집판 선택, 연주 프로그램 편성, 음악 해석상 강조점 등에 직결된다. 예컨대, 바흐 작품으로 간주될 경우 이 모테트를 바흐 모테트 모음집에 포함시키는 반면, 비(非)바흐 작품으로 여길 경우 별도로 분리하거나 제외하는 경우가 있다. 합창단과 지휘자들이 연주회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바흐의 모테트"라는 표제는 관객의 기대와 반응에 큰 영향을 미친다.

또한, 해석자는 작곡가의 의도, 양식적 기대, 표현적 방향 등을 저자 귀속 판단에 따라 달리 잡을 수 있다. 만약 이 작품을 바흐의 초기 작품으로 간주한다면, 연주자는 바흐의 성숙기 스타일과의 연속성을 강조하거나, 젊은 작곡가의 실험적 시도를 부각시킬 수 있다. 반면 요한 크리스토프의 작품으로 본다면, 17세기 후반의 양식적 맥락과 그 시대의 종교적 표현 방식에 더 집중할 것이다.

음악학적으로도 저자 귀속 문제는 연구의 방향과 강조점을 결정한다. 바흐의 작품으로 간주될 경우, 이 모테트는 바흐의 양식 발전, 작품 연대기, 신학적 사고 등을 연구하는 맥락에서 다루어진다. 반면 다른 작곡가의 작품으로 본다면, 바흐 수용사, 필사본 전승사, 바흐 가문의 음악적 네트워크 등의 관점에서 접근하게 된다.

편집 실천에서도 저자 귀속은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현대의 학술적 편집판은 작품의 진위에 대한 판단을 명시하고, 그 근거를 상세히 제시해야 한다. 연주자들은 이러한 학술적 판단에 의존하여 편집판을 선택하고, 해석의 방향을 결정한다. 따라서 저자 귀속 연구는 단순히 학문적 호기심의 문제가 아니라, 음악의 실제 연주와 향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천적 문제이다.

7. 최근 연구 동향 및 남은 과제

7.1 멜라메드 이후의 논의

멜라메드의 1988년 논문이 발표된 이후, 일부 연구자들은 그의 주장을 수용하거나 그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일부 학자들은 멜라메드의 필체 분석을 지지하며, 추가적인 사본 증거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다른 학자들은 양식 분석의 관점에서 이 모테트가 바흐의 것이 아닐 가능성을 강조하며, 요한 크리스토프나 다른 작곡가에게 귀속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Ich lasse dich nicht의 저자 귀속을 확정짓는 결정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는 이 모테트의 전승 역사가 복잡하고, 결정적인 자필 원고나 동시대 문헌 기록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또한 바흐의 초기 작품들 중 많은 수가 소실되었거나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비교 분석의 기반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문제다.

일부 학자들은 디지털 필체 분석, 잉크 성분 분석, 종이 연대 측정 등의 과학적 방법을 더 넓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디지털 이미지 처리 기술의 발전으로, 필사본의 미세한 필체 특징을 정량적으로 비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또한 비파괴 화학 분석 기법을 통해 잉크와 종이의 성분을 조사하고, 이를 다른 확인된 바흐 자필 악보와 비교할 수 있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활용한 양식 분석도 시도되고 있다.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바흐의 확인된 작품들의 음악적 특징(화성 진행, 선율 윤곽, 리듬 패턴 등)을 학습시키고, Ich lasse dich nicht가 이러한 패턴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도 한계가 있는데, 바흐의 초기 양식이 성숙기 양식과 다를 수 있고, 또한 같은 시대의 다른 작곡가들도 유사한 양식을 공유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7.2 미래 연구 제언

향후 이 모테트의 저자 귀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 방향의 연구가 필요하다. 첫째, 과학적 재료 분석이다. 사본의 종이, 잉크, 잉크 침투 등 화학적·물리적 분석을 통해 필사본 제작 시점을 더 정밀하게 추정할 수 있다. 워터마크 분석을 통해 종이의 생산 시기와 지역을 특정하고, 이를 바흐의 생애 동선과 연결시킬 수 있다면, 그가 이 필사본에 접근할 수 있었는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디지털 필체 비교이다. 고해상도 이미지를 통한 필체 특징 비교 알고리즘을 적용해, 바흐 본인 필체와 사본의 유사성/차이성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최근 컴퓨터 비전과 패턴 인식 기술의 발전으로, 필체의 미세한 특징까지 자동으로 추출하고 비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기술을 역사적 악보에 적용하면, 인간의 주관적 판단을 보완하는 객관적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셋째, 통계적 음형 비교 모델이다. 바흐의 다른 모테트 및 합창 작품들과의 음형·모티프 통계 분석을 통해 귀속 가능성을 점수화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특정 화성 진행의 빈도, 선율 도약의 평균 크기, 불협화음 사용 패턴, 카덴스 유형의 분포 등을 정량적으로 비교할 수 있다. 이러한 통계적 접근은 양식 분석에 객관성을 부여하고, 직관적 판단을 검증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넷째, 전승사적 재검토이다. 모테트 복사 및 유통 관행, 복사자 정체, 필사본 이동 경로 연구를 통해 귀속 변천 과정을 더 면밀히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18세기 독일의 음악 필사본 네트워크는 매우 복잡했으며, 작품들은 작곡가의 사후에도 계속 복사되고 유통되었다. 이러한 전승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하면, 언제, 어디서, 누구에 의해 이 모테트가 바흐의 작품으로 귀속되기 시작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비교 작품 자료의 확대이다.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나 다른 바흐 가문 작곡가들의 미발견 작품을 발굴하고, 이들과 Ich lasse dich nicht를 체계적으로 비교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유럽의 여러 도서관과 문서고에는 아직 목록화되지 않았거나 충분히 연구되지 않은 필사본들이 많이 보관되어 있다. 이러한 자료들을 발굴하고 디지털화하는 작업은 바흐 연구뿐만 아니라 바로크 음악 연구 전반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여섯째, 학제간 협력 연구이다. 음악학, 문헌학, 화학, 물리학, 컴퓨터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여 종합적인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 저자 귀속 문제는 단일 학문 분야의 방법론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 과제이므로, 학제간 접근이 필수적이다.

일곱째, 열린 태도의 유지이다. 연구자들은 자신의 가설에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면 기꺼이 판단을 수정할 수 있는 열린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음악학은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이 아니라, 가용한 증거를 바탕으로 가장 합리적인 해석을 제시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현재의 결론은 항상 잠정적이며, 새로운 발견에 의해 수정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8. 결론

Ich lasse dich nicht (BWV Anh. 159)는 현재까지 저자 귀속이 확정된 작품은 아니지만, 가용한 문헌 자료와 음악적 분석을 종합하면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와의 연결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는 수준이다. 멜라메드의 필체 분석 및 양식 비교 주장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으며, 특히 일부 필사본이 바흐의 필체와 유사하다는 관찰은 주목할 만하다. 또한 이 모테트의 음악적 양식이 젊은 바흐의 초기 작풍과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도 고려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복사본 간의 변형, 전승 과정의 누락 및 오류 가능성, 동시대 다른 작곡가들과의 양식적 유사성 등을 고려하면 결론을 단정짓기에는 아직 증거가 부족하다. 요한 크리스토프 바흐나 다른 바흐 가문 작곡가가 이 작품의 저자일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으며, 이 경우에도 이 모테트는 바흐 가문의 풍부한 음악적 유산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

이 사례는 저자 귀속 문제의 복잡성과, 음악학자들이 문헌 증거, 양식 분석, 과학 분석을 통합해야 한다는 방법론적 교훈을 제공한다. 단일한 증거나 방법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다양한 접근법을 종합하고 그 결과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연구자들은 자신의 가설을 입증하려는 욕구보다는, 증거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가려는 겸손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저자 귀속 문제는 단순히 "누가 이 작품을 썼는가"라는 질문을 넘어선다. 그것은 우리가 음악 작품을 어떻게 이해하고, 평가하고, 연주하고, 향유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연결되어 있다. 작곡가의 이름은 작품에 특정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며, 우리의 청취 경험을 형성한다. 그러나 동시에, 작품 자체의 음악적 가치는 저자의 이름과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

향후 과학적 분석과 더 많은 사본 자료 발견이 이루어진다면, 이 모테트의 정체는 더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 비파괴 분석 기법의 개선, 그리고 새로운 필사본의 발굴은 모두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설사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되지 않더라도, 이 모테트를 둘러싼 연구 과정 자체가 바흐 연구 방법론의 발전에 기여하고, 바로크 음악 전승의 복잡성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Ich lasse dich nicht는 우리에게 음악 역사 연구의 불확실성과 가능성을 동시에 일깨워준다. 우리는 과거의 음악을 완벽하게 재구성할 수 없으며, 항상 단편적인 증거와 불완전한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불확실성이 연구의 흥미와 도전을 제공하며, 우리로 하여금 계속해서 질문하고 탐구하게 만든다. Ich lasse dich nicht가 누구의 작품이든, 그것은 18세기 독일 종교 음악의 풍부함과 바흐 가문의 음악적 탁월함을 증언하는 귀중한 유산으로 남을 것이다.